풍선

 

나의 붉은색은

그대를 향한 수줍음

당신은 알아봐줄까요

 

나의 부풀음은

그대를 향한 사랑의 크기

당신도 그러한가요

 

나의 떠오름은

그대의 눈에 띄고싶은 나

당신도 나를 보아주나요

 

붉어지다, 부풀다, 떠오르다

터져버릴까요

놓쳐버릴까요

두손모아 나를 꼭 잡아주세요

 

 

 

 

 

먼저 사랑입니다. 다들 대학에 오면 연애를 하게 된다는 부모님 말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사랑을 꿈꿨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이 나를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런 조심스러운 마음이 풍선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조배터리

 

서로

채워 나갔으면

했는데

네가

비워 나가기에

 

나는

채워 나가는데

하지만

너는

비워 나가기에

 

전압은 둘에게 동시에 걸려

전류는 거꾸로 흐르지 않아

 

나는 휴대폰

너는 배터리

 

 

 

 

 

두 번째는 갈등입니다. 저는 스스로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 친구, 연인에게 많은 것을 주고자 하는 편입니다. 그런 저에게, 서로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벽을 마주한 것 같습니다. 마치 가득 채운 나를 그저 흘려보내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깨비

 

뜨겁게 태우고 싶어서

선명히 태우고 싶어서

나를

 

발밑에 도깨비 하나

발밑에 도깨비 둘

발밑에 도깨비 셋

 

그렇게 걷다가

끈적해진 발밑에

떨어지지 않는

붙잡힌 발걸음에

이제

눈을

마주봐도

이미

 

 

 

 

 

세 번째는 불안입니다. 더욱 좋은 사람이고 싶고, 더욱 따뜻한 사람이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스스로 타오르는 제 모습을 글로 적어 냈습니다. 그렇게 무리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조금씩 상해가기 마련입니다. 그런 나에게, 또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하는 시입니다. 시 모양이 도깨비방망이 같지 않나요? ㅎㅎ

 

 

 

 

 

 

 

 

 

 

 

 

 

정체성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

자주 들어요

정 많고, 배려심 깊고

그런 사람이 되고팠어요

 

내 서리 끼 마음을

그런 말들로 녹이고자

차디찬 냉기를 품고

따스한 입김을 뿜어냈어요

 

당연히 사람이라면

차가운 면모도 있을 법 한데

그걸 나도 아는데

당신의 차갑다는 한마디에

하루 온종일 스스로를 옥죄는 나

 

양립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뜨겁고도, 차가운

하지만 미지근하지 않은

그대로가 나일까

그런 나도 괜찮을까요

 

 

 

 

 

네 번째는 이해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생각보다 차가운 사람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늘 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생각해보면 단호하고 차가웠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런 양쪽의 내가 있지만, 따뜻한 쪽의 긍정적인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 걸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쪽 다 나의 모습일까, 한쪽이 진짜 나의 모습일까,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산등성이

 

인생에서

좋은 일만 있다면

그것이 즐겁겠는가

 

걱정 뒤에 안도가 있고

후회 뒤에 기대가 있고

원망 뒤에 선망이 있고

불행 뒤에 행복이 있고

 

굴곡진 삶은

그것대로 그렇기에

산등성이를 오르는 힘이 나는 것

너른 평야에서 느끼는 광활함보다

굽이쳐가는 산맥의 역동을 보는 것

내일에 대한 기대를 품는 것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내일에 대한 기대를 품는 것이

삶의 의미가 되는 것

모두가 살아가는 이유는 그것일까

나를 살게하는 것은 그것이다

 

 

 

 

 

다섯 번째는 성장입니다. 현재 저를 만들어준, 가장 큰 힘이 된 생각이자 제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생각이 많은 나이지만, 그런 생각을 딛고 언제나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헤쳐 나가는 것. 그렇게 오늘도 내일을 기대하며 열심히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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