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젠 의사도 질렸다. 돈을 많이 번다는 점에 혹해서 해봤건만 몸이 너무 힘들었다. 내일부터는 다른 일을 해야지. 내일부터는 뭐가 되어 볼까. 늦잠 잘 수 있는 일이나 할까. 의사로 살면서 돈도 적당히 벌었으니 책이라도 읽으며 시간을 보낼까. 서점 직원도 괜찮겠다.

 

내 인생은 살기 쉬운 편이다. 난 무엇이든지 될 수 있었으니까. 그저 비유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로, 난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 , 다시 말해서 어떤 직업이든지 가질 수 있다는 소리다. 5개월 전부터 나는 의사였다. 그 전 석 달 동안은 호텔 요리사였고. 그 전 한 달은 아마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가. 목사, 대기업 사원, 회계사... 이런 직업들도 해봤던 것 같다. 난 언제부터인가 내가 되고 싶은 직업을 생각하고 잠에 들면 그다음 날부터는 새로운 직업으로 살 수 있었다. 이 능력이 생겼을 때는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 중일 때였다. 그냥 돈이나 많이 벌게 삼성에 취직하면 좋겠네. 사원 자리 어디 뚝 하고 안 떨어지나.하고 잠들었는데, 다음날 느지막하게 일어나보니 왜 출근하지 않느냐는 문자가 왔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한 7~8년 지나고 나니 이런 세계에 적응이 됐다. 안 그래도 취직하기 힘든 시대에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이런 능력에도 법칙은 있었다.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대통령은 될 수 없었다. 삼성 CEO, 카페 사장도. 아마 한 명 늘어나도 별 상관없는 직업만 될 수 있는 듯했다. 있는 듯 없는 듯, 든 자리도 모르고 난 자리도 모를만한 그런 자리. 삼성 CEO는 될 수 없었지만 삼성의 사원 자리 하나는 꿰차볼 수 있었다. 또 카페 직원은 될 수 있었지만, 내가 직접 건물을 구하고 준비해야 하는 나만의 카페를 차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있어 보이는 직업, 돈을 많이 버는 직업들은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직업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나를 새로 들어온 신입으로 인식했다.

 

이런 특이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난 그다지 눈에 띄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30대 초반의 내 나이와 어울리는 직업만 상상했다. 내일은 의사를 해볼까, 하고 생각하더라도, 이 나이에 벌써 교수인 건 말도 안 되니 레지던트 정도. 그리고 막상 내가 그런 걸 원하더라도 이 능력의 성격상 눈에 띄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 같아서, 아마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 뻔하다.

 

이 능력은 쉬고 싶을 때 멈출 수 없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이미 하는 직업을 다른 직업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이상, 내가 무직으로 있을 수는 없었다. 사직서를 내보기도 했는데, 다음 날이면 아예 없던 일이 되었다. 그래도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 있을 수 있다니. 모두가 아마 원하지 않을까. 그래서 난 정말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았다. ‘돈 잘 버는 직업을 검색하고 나온 낯익은 직업 중 골라 상상하고 잠들었다. 그러다 힘들면 적당히 공무원처럼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곳에서 일하면서, 퇴근 후 여유 시간에는 평소 하던 일을 하는 것이다.

 

집에서 쉴 때 나는 식물들을 가꾸곤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 안 나는 내 앞자리 앉은 여자애가 문득 뒤를 돌더니 어떤 식물 스티커를 말없이 노트북에 붙여주었다. 살짝 옆으로 비켜 붙여진 스티커를 제대로 잡아 붙였더니, 길게 죽 뻗은 잎대에, 여러 갈래로 갈라진 이파리가 있었다. 그 길로 화원에 들러 이름도 모르는 그 식물 스티커를 사장님께 보여드리며 작은 화분 하나를 샀다. 그것이 내가 몬스테라를 가꾸기 시작한 날이었다. 하루하루 보내다 종종 물을 주고 빛이 들어와 잎을 간질이는 모습을 구경하곤 했다.

 

나는 어떻게 유일하게 있는 취미라는 것도 참 지루한 취미네, 하나부터 열까지 지루한 내가 초능력이 생기고 느낀 것은 초능력이 있는 삶도 생각보단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처음에야 내가 뭐든 될 수 있다는 착각에 잠깐 신이 났지만 결국 난 누군가 시키는 일을 받아먹고 살 수밖에 없는 몸이었다. 마치 내가 키우는 몬스테라처럼. 내가 물을 주지 않고, 커튼을 열어두지 않으면 혼자서는 절대 살 수 없는 몬스테라처럼. 어딘가에 기대서야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이 식물처럼 말이다.

 

 

2

자고 일어났더니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이주 희씨, 박현수 팀장입니다. 사전 교육을 받으실 곳은 석사로 666길 층이니 늦지 않게 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새로 일할 곳이구나. 간단히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 먹고, 씻었더니 8. 여기서 30분 거리니 지금 나가면 적당하겠다. 이번 일은 어떠려나. 컴퓨터나 좀 두드리다 퇴근하겠지? 좀 간단하면 좋겠는데.

 

오늘부터 내 직업은 사서다. 의사가 돈은 잘 벌리지만, 그와 같이 수명도 깎이는 것 같아 이번엔 조용한 곳에서 쉬어볼 요량이다.

 

예상이 맞았다.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기는 했지만 지난 5개월을 의사로 살았을 때보다 훨씬 편했다. 낮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졸고 있는 사람들,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사람들을 멍때리며 구경했다. 퇴근 후에는 몬스테라잎을 닦아주기도 하고, 물을 주기도 하고. 잎에 노을빛 닿는 부분을 구경하기도 했다.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다 보니 금세 두 달이 지났다. 사실 바쁘지 않으면 삶이 너무 지루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저 아저씨는 항상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는 체하며 다른 손으론 게임을 하네. 어라, 저 아이도 슬금슬금 손이 아저씨 옆에 있는 트리케라톱스 인형 쪽으로 가는데. 누구를 위해 온 도서관이려나.

왼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막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의 양 팔에는 책이 한가득이었다. 한 번에 반납하려고 그러나. 어어, 떨어지겠는데, 도와줘야 하나. 아이고, 역시나.

 

이렇게 남들을 구경하다 보면 나만 아는 정보들이 막 보이는 것이 재미있었다. 사람들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랄까. 요즘 몇 주간은 도서관에 꼭 5시에 도착해 책을 읽다 가는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살짝 헝클어진 머리에, 하늘색 스트라이프 셔츠를 자주 입고 오는 남자. 얇은 독서대를 꼭 챙겨와서는 책을 올려 두고 한 장 한 장 소중히 넘기며 책을 본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항상 책에 코가 박혀 있었다. 그 남자가 건물 문을 열고 걸어 들어왔을 순간을 제외하고는 얼굴을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책 읽는 게 그렇게 좋은 건가. 반짝반짝. 지루한 표현이지만 정말로 책 읽는 동안 그 남자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 남자의 하늘색 스트라이프 셔츠가 5시를 알리는 알람 시계가 된 것처럼 익숙해졌을 때쯤, 여느 때처럼 업무를 하고 있었다.

 

혹시 이 책 좀 찾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대출 중이 아닌 책이 한 권 남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서가에 없어서요.

 

하늘색 스트라이프. 바로 그 남자였다.

 

? , . 혹시 도서명이 어떻게 되나요?

 

매번 5시에 출근하는 NPC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다가오다니. 당황스러웠다.

 

랩걸이라는 책이에요. 호프 자런의.

, 이 책이 예약된 도서라 서가에 없는 것 같아요. 잠시만요.

아 예약 기일이 어제까지라, 가져가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위층 데스크에서 찾아다 드릴게요.

 

그도 위에서 찾을 책이 있다고 해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3주 정도 봤다고 내적 친밀감이 쌓였던 탓일까, 아니면 그냥 사람 1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아서였을까.

 

책 좋아하시나 봐요? 매일 오셔서 책 읽고 가시던데.

하하, 좋아하죠. 사실 제가 좋아해서 읽는다기보다는 우리 애들이 좋아하길 바라면서 읽는 거긴 해요.

 

본인이 책을 좋아하는 거랑 애들이 좋아하길 바란다는 거랑 무슨 관련이 있나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쳐 갔지만, 그것보다는 우리 애들에 관심이 갔다. 결혼을 한 건가. 젊어 보이는데

마침 엘리베이터가 내려온 덕분에, 어딘가 애매한 그 말에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더 흘렀다. 난 여전히 사람들을 구경했고, 하늘색 스트라이프 남자도 5시에 매번 출석했다.

 

왜 안 오지.

 

5시가 넘었는데도 그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별일이라 생각하며 퇴근을 준비하는데, 정말, 사람이 행복하면 이런 얼굴을 하는구나, 싶은 표정의 그 남자가 6시가 다 되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인 반납대에서 책을 반납하고는 내게 눈인사하고 나갔다.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그가 반납한 책을 들었다. 랩걸.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크게 특별해 보이는 책은 아닌데. 그런데 그 표정의 이유가 이 책인 걸까. 궁금했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빠르게 대출해 가방에 넣었다.

 

그 이후로는 집이든 직장이든 그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책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나도 이 책을 읽으면 그 얼굴이 나올지 궁금해서였다. 책의 내용은 이랬다. 나무와 과학을 사랑한 한 여성 과학자가 많은 좌절, 고민 속에서도 계속 나무를 사랑하고, 과학을 사랑하는 이야기.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나무를 사랑할 수 있는 거지?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 거지? 아무리 힘들어도 이렇게 좋아하면 괜찮은 건가.

 

사실은 책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보다도 그 남자는 왜 이 책을 반납할 때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가 너무 알고 싶었다. 이건 직접 물어보는 게 답이다.

 

지금은 4시 반. 그 남자가 오기까지 30분이 남았다. 화장실을 가는 체하며 잠깐 밖으로 나왔다가, 먼지 하나 없는 반납함에 가서 정리할 책이 없나 보다가앉아서 기다리자, 하고는 데스크에 다시 앉은 그때 문이 열렸다. 하늘색 스트라이프 셔츠가 보였다. 하얀 독서대를 팔에 끼고는 들어서는 그 가 보였다. 여전히 반짝반짝한 눈의 그 남자가 보였다.

 

분명히 그 남자가 오면 바로 물어보러 가려고 했건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상해 보일 거야…… 어떡하지. 냅다 왜 그런 표정을 지었냐고 물어볼 수는 없는데. 그렇게 고민만 하다 보니 벌써 마감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 남자도 읽던 것을 정리하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 참이었다. 지금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치자마자, 옆의 직원에게 마감을 부탁한다고 소리치고서 뛰어나갔다.

 

저기요! 랩걸! 왜 웃으셨어요?

 

너무 바보 같았다. 괜히 마음만 급해서는!

 

,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제가 이 도서관 사서인데, 저번에 그 예약도서 랩걸 기억하시나요? 반납하신 후에 제가 그 책을 읽어봤거든요

아 네 기억하죠. 하하. 말을 거실 줄 몰라서 깜짝 놀랐네요.

별 건 아니고요. 그때 책 반납하신 날에 무슨 일 있으셨나요? 원래 5시쯤 항상 오셨던 것 같은데 그날은 6시 다 되어서 오셔서요.

 

묻고 싶은 말이 이건 아니었는데. 이 말이 먼저 튀어 나갔다. 다행히도 그는 당황하지 않고 답해주었다. 평소에 4시 반에 퇴근하는데, 그날은 오후 시간에 반 아이들과 시간을 좀 보냈단다. 반 아이들이라는 말에 그 남자에게 선생님이냐고 물었다.

 

네 맞아요. 저기 여기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이에요. 그래서 원래는 퇴근하자마자 여기로 오는데, 그날은 랩걸을 읽으면서 아이들 몇 명이랑 같이 우리 반 화분을 만들고 왔거든요.”

 

그는 또 그때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문득 랩걸의 호프 자런이 생각났다. 텍스트 속 그녀를 실제로 봤다면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나만 모르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아져 거르지 않은 말이 나갔다.

 

그런데 인생이 좀 지루하시겠어요. 평생 그 일만 하고 살 텐데. 어떻게 50년 동안 같은 일만 하고 살아요. 생각만 해도 지루하네요.

 

내가 말하고도 너무 날카로운 말이라 바로 수습하려던 순간 그의 말이 이어졌다.

 

지루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요.”

 

그 말을 하고 그 남자는 다음에 보자는 말을 한 뒤 앞질러 갔다.

 

3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이렇게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나도 이렇게 삶이 지루한데. 당연히 모두가 하루하루 돈을 벌어가면서 일 끝나고 뭐 하지,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아니었나. 일이 즐거울 수가 있나. 멍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와,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몬스테라의 잎사귀를 매만지며 그의 말에 대해 생각했다.

 

다음날 5, 역시나 그가 나타났다. 들어와서 반납을 먼저 하곤 신중하게 고민하는 얼굴로 300번 대 서가 앞에 섰다. 교육 분야 책을 빌리려는 건가. 더 안쪽으로 들어가네. 반납함을 정리하는 척하며 슬쩍 살폈더니 이번에는 800번 대 앞. 소설을 읽으려나 보다. , 다시 이쪽으로 오려는 것 같은데. 그가 오려는 것 같아 빠르게 데스크로 다시 돌아와 앉았다. 그는 독서대를 꺼내 미간을 찌푸리고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다, 눈을 크게 뜨고 노트에 뭘 적기도 했다.

 

도서관의 마감을 알리는 노랫소리가 울렸다. 정리를 마치고 나서니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그가 보여 저번의 무례를 사과해야지, 생각하고 잰걸음으로 가 그에게 인사했다. 저번에 했던 말을 사과하자 그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고는 나에게 시간이 있냐고 물었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어느새 그와 함께 도서관 옆 카페에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청포도 에이드를 마시며 그는 나에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죄송해요. 많이 신경 쓰이셨죠.”

, 아니요. 그래서 물어본 게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요.”

 

그리고 그는 나에게 도서관 사서 일이 많이 지루하냐고 물었다. 선생님이라 그런가. 정곡을 잘 찌른다. , 사실 지금 일이 지루하다기보다는 내 인생이 지루한 것이긴 하다만.

 

네 뭐, 비슷하죠. 그럼, ... 선생님? 선생님은 하루하루이 재미있으신 건가요?”

 

그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하하 웃고는 아직 통성명도 안 했네요, 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이한겸, 그의 이름이었다. 하늘색 셔츠의 이름까지 알게 되다니. 신기하긴 한데 이름까지 알 필요가 있나, 하는 싱거운 생각을 하던 중에 그가 내 질문에 대한 말을 이었다.

 

저도 이 일이 항상 재미있지는 않죠, 사람인데. 그런데 지루하지는 않아요.”

 

항상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루하지는 않다는 게 무슨 뜻이지,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이 남자는 항상 의문만 남긴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자꾸 질문하기도 그렇고, 자꾸 궁금한 점만 생기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한 번에 꿀꺽 들이키면 남은 아메리카노도 다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그냥 일어설까 싶었던 찰나, 그가 말했다.

 

제 꿈이 뭐였는지 아세요?”

 

갑자기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꺼내는 그 때문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지금 교사로 일하며 행복해하는 그를 많이 봤으니 당연하게도 선생님일 것이리라 생각하며 말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금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휘저었다.

 

아뇨, 평생 아는 척하는 게 꿈이었어요, 하하. 중학교 때, 부모님의 성화에 미리 선행학습을 다 하고 왔는데, 역시 학교에 와보니까 저는 쉽게 푸는 걸 다른 친구들은 다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주위 친구들한테 이건 이거야, 하고 설명해 줬는데, 친구들이 자꾸 학원 숙제를 하나둘 저한테 가져오더라고요. 제가 풀어주면 간식도 주고, 너 짱이다, 하며 치켜세워 주고. 하하, 참 어렸죠. 그런데 그 기분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아, 난 평생 아는 척하면서 살아야지, 생각했어요. 자연스럽게 선생님을 꿈꿨죠.”

 

나도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아는 척하는 게 꿈이라니, 이런 꿈은 처음 들어봤는걸.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웃기죠. 그런데 지금의 꿈은 또 달라요. 비슷하지만, 뭔가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력이랄까요, 그런 걸 조금이나마 줄 수 있다면 좋겠다, 하고 생각해요. 어쩌면 아는 척하는 게 꿈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이게 더 멋있다고 생각해서 바뀌었을지도요, 하하.”

 

그와 헤어진 후 많은 생각이 오갔다. 꿈이란 게 아는 척하기일 수도 있구나, 하며 다시 웃기도 하고, 어쨌든 그렇게나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그가 부럽기도 했다. 그는 매일 아이들의 취미나 특기를 찾아주려고 고민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보내는 1년 동안 한 아이라도 자신만의 취미를 발견한다면 자신의 그 해 목표는 달성이란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가 아는 척하는 게 꿈이었던 것처럼, 아이들도 아는 척할 수 있게 만들어 주려고 취미를 찾아주는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했다.

 

한편으로는 그가 부러웠다. 어떻게 어렸을 때부터 꿈이 생겼지. 꿈이라 하기에는 그냥 잘난 척하고 싶은 꼬마의 상상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게 그 사람이 평생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주지 않았나. 그는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나도 문득 내 어릴 적 생각이 났다.

 

4

엄마, 아빠는 어딨어? 아빠가 나 학교 갈 때 데려다준다고 했는데...”

 

아빠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었다. 아니, 아빠라는 단어를 입으로 꺼냈던 마지막 순간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엄마는 그때 내 학교 첫날 가방을 싸며 아빠는 이제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날부터 엄마의 얼굴도 자주 볼 수 없었다. 학교에 다녀와 스르륵 잠들었다 일어나면 방바닥에 아침밥과 쪽지만이 놓여있었을 뿐이었다. 잠을 참고 엄마를 기다린 날엔 새파란 옷과 바지를 입곤 어딘가 창고에서 맡아보았던 쿰쿰한 냄새를 풍기는 엄마를 볼 수 있었다. 엄마는 눈 비비며 앉아있는 나를 끌어안으며 주희야, 주희야...... 사람은 그럴듯한 직업이 있어야 돼... 살려면....” 하고 내 머리를 투박한 손길로 쓰다듬곤 했다.

 

나와 엄마는 10여 년이 지나고 내가 고등학생이 된 뒤에도 한결같았지만 상황은 좀 나아진 편이었다. 엄마가 집에서 좀 거리가 있는 청소 회사에 취직한 뒤로는 같이 저녁밥을 먹는 시간도 많아졌다. 다만 어릴 때부터 하던 말씀의 빈도도 잦아졌을 뿐이었다.

 

주희야, 사람은 그럴듯한 직업이 있어야 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고, 저녁밥 이렇게 먹고. 돈도 좀 벌 수 있으면 좋고. 그래야 행복할 수 있는 거야. 그니까 공부 열심히 하고. 알겠지? 아이, 주희야 이 반찬도 좀 더 먹어라.”

 

나도 그 말에 매번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충 공무원 시험이나 볼게, 하고는 방에 들어가곤 했다. 또 어느 날은 그럴듯한 직업이라고 불릴 정도면 공무원 정도로 되나, 싶기도 했다. 삼성 정도에는 들어가야 꽤 그럴듯하지 않나, 하는 시시한 생각이나 하다가 누가 붙여준댔나 싶어 피식 웃고는 다시 연필을 잡고 문제를 풀었다.

 

고등학교 3학년, 동그란 안경을 끼고 학교 야자실을 전전하던 여느 때였다. 담임 선생님의 호출로 교무실에 갔고, 엄마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교통사고였다.

 

눈물 흘릴 새도 없이 병원으로 가 수술대로 가는 엄마를 봤다.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청소 일을 하다 창문에서 떨어져 다쳤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교통사고라니. 드라마보다 더 말이 되지 않는다. 엄마랑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내 인생은 평생 행복할 수가 없나, 이렇게 살아갈 운명이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드라마처럼 반전이 있었다면 좋았겠건만, 신도 내 인생 드라마에는 흥미가 없는지, 결말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았다. 시청자들이 많아야 뭐 결말이 바뀔 여지라도 있었을 텐데, 우리 가족의 삶은 매일매일 똑같이 지루했으니까. 그래도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은 주어졌다. 마지막 아량인 건지...... 색색거리며 숨 쉬던 엄마가 내 손을 잡고는 행복하게 살라고, 꼭 행복하게 살라고 속삭이고는 눈을 감았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의 유골함을 가지고 집에 돌아온 날, 어둠 속에서 이파리들만이 내게 손 흔들어 주었다.

 

그 이후엔 엄마가 모아두신 돈과, 사회배려자에게 주는 혜택들, 날 예쁘게 보셨던 담임선생님의 장학생 추천 등으로 나름 풍족한 생활을 보냈다. 무난하게 수능을 치고 무난하게 대학을 갔다. 무난하게 취업도 할 예정이었는데, 이상하리만치 취업은 잘되지 않았다. 이젠 대학도 졸업해 장학금도 받지 못하고, 엄마가 모아둔 돈은 진작에 떨어졌고. 취업 준비를 하느라 알바도 거의 다 그만둔 상태였다. 이젠 정말 위기였다. 오히려 벼랑 끝이어서 그랬을까, 시답잖은 생각이나 했었다. 그땐 이 생각이 이런 상황을 만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디 삼성 사원 자리 하나 남는 곳 없나, 이젠 진짜 쪼들리는데. 있는 듯 없는 듯 살 테니 붙여주고 월급이나 따박따박 넣어주면 좋겠네~ 그러면 그나마 행복할 텐데.’

 

그날은 침대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든 날이었다. 평소 여럿 뒤척여야 잠들던 내가 바로 잠든 특이한 날이었다. 그래, 그날은 몇 년 만에 엄마를 본 날이기도 했다. 꿈속에서는 어린 시절 나와 엄마가 보였다. 무릎 위에 날 앉혀두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엄마. 쿰쿰한 냄새가 나는 옷을 입고 집에 와서는 번듯한 직업을 가지라고 연신 말하는 나의 엄마. 그리고 꼭 행복하라고 속삭이는 엄마...... 병원에 삐- 소리가 울려 퍼지던 날의 엄마 모습이 아니라, 환하게 웃는 얼굴의 엄마가 나를 안아주었다.

 

나름 개운하네, 생각하며 일어나 시계를 보니 9시 반이었다. 어제 쓰던 자기소개서를 다시 수정하려 노트북에 앉으려던 순간 문자가 왔다.

 

이주희 씨, 저 입사 동기 강남진입니다! 오늘 신입사원 연수 지금 시작하시는데 혹시 늦으시나요? 지금 다 모여서 연락드립니다.’

뭐지, 스팸인가 싶다가도 문자 첫머리에 당당하게 박혀있는 내 이름 세 글자를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모르는 새 어디 회사에 합격했던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매일같이 문자와 메일을 불을 켜고 확인하는 내가 모를 리가 없었다. 일단 확인이나 해보자는 마음에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었고 삼성전자의 연수실로 오라는 답장을 받았다.

 

능력이 생기고 직업이 바뀌는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하고 나니 내 능력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갈피가 잡힌 뒤에는 돈을 벌기 위한 직업 몇 개, 워라밸을 위한 직업 몇 개를 돌려 하다가, 가끔은 새로운 직업에도 도전해보곤 했다. 어떤 직업을 하든 그리 재밌지는 않아서, 평소에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직업을 상상하곤 했다. 이번의 도전은 사서였다. 바쁘게 일하는 게 좀 지치기도 했거니와, 길을 가다 우연히 본 도서관이 있어 나름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오랜만에 새로운 직업이니 좀 재밌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이렇게 지루하고 힘들 때마다 직업을 바꿔가며 살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고 당연히 행복한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니, 사실 이 정도면 행복했다. 일하다 보면 가끔 웃을 일도 생기고, 집에 가면 내가 하나둘 모은 식물들이 있었다. 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나의 풀들을 돌보는, 그런 삶도 나름 좋았다.

 

정말 좋았다. 아니, 행복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날, 그 하늘색 스트라이프 셔츠를 보는 순간, 이한겸 씨와 얘기하고부터는 가슴이 자꾸만 답답했다. 왜 내가 한 번도 하지 못한 얼굴을 매일매일 할 수가 있는 건지. 나보고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5

출근과 동시에 그에게 문자를 넣었다. 더 이상 이렇게 마음 답답하게 살고 싶지는 않아 무엇이든 물어봐서 해결할 작정이었다. 그는 날짜를 잡아 한번 만나자는 말에 흔쾌히 동의하는 답변을 보내왔다.

 

만나기로 한 카페에 정시에 들어서자, 그가 저 왼쪽의 창가 자리, 문이 바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있었다. 간단한 안부인사를 나누고, 마치 오랜 시간 친구였던 듯 그의 일상과 나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삶과 나의 삶이 얼마나 달랐는지 궁금해 그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묻기도 했다. 그의 삶은 신기했다. 하나도 특이할 것 없는 삶인데, 그 속에는 그가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 차 있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고 다양한 것을 하고 있었다. 그런 얘기를 할 때면 그의 얼굴에 미소도 가득 찼다.

 

나는 그가 부럽다고 말했다. 어떻게 어릴 때부터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는지, 사랑하는 것들이 많았는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공무원이나 되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셨어요? 사실 뭐 공무원이 나쁜 직업도 아닌데요, . 왜 되고 싶었는지가 중요하죠.”

 

그의 말에 고민하다, 내 어린 시절을 이야기해 주었다. 남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한 번 속마음을 꺼내고 나니 왠지 말하기가 수월했다. 이어서 나는 좋아하는 것이 없고 꿈이 없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말했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내게 물었다.

 

주희 씨, 오늘부터 매일 일기 써보는 건 어때요? 자기 전에 3줄이라도.”

 

초등학생 때도 잘 쓰지도 않던 일기를 써보라니.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모든 사람을 초등학생처럼 대하는 건가? 그는 내 말에 웃으며 뭐든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뭔지, 내 습관은 뭔지 한번 생각해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매일 일기를 썼다. 누가 시키는 걸 잘할 자신은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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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간간이 연락하며 매일 일기를 쓴 지도 벌써 다섯 달쯤 지났다. 처음에는 2줄을 간신히 채웠던 내가 벌써 노트의 반쪽 면을 무사히 채운다. 사실 처음에는 이 사람이 그냥 장난친 건데 내가 너무 진심으로 받아들인 건가, 하고 의심도 했지만 의외로 일기 쓰는 것은 재미있었다. 일기를 써야지, 생각하니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제일 많이 하는지, 그런 것들을 자꾸 관찰했다. 이를테면 난 집중할 때 쓰고 있는 펜을 입술 사이에 물고 있었다. 다른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기도 했고.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도 더, 나의 몬스테라를 아꼈다. 매일 퇴근 후마다 잎을 닦아주고, 물과 영양제를 주고, 아침마다 햇빛을 쏘여주는 것이 웬만한 애정이 아니면 힘들었겠지. 그리고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매일 다른 행동을, 다른 표정을 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어제 근엄했던 중년 남성이 오늘은 아이와 함께 공룡 흉내를 내주는 귀여운 아빠가 된다든가, 같은 책을 읽고도 표정이 천차만별인 것을 구경한다든가. 이런 것들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내가 일기를 쓰는 게 재밌던 건지도 모르겠다. 매일 똑같다고 생각한 나도 생각보다 더 많은 모습이 있었다.

 

오랜만에 그에게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나도 그때처럼 흔쾌히 동의의 답장을 했다. 말해줄 기쁜 소식들이 많았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엄청나게 많이 찾았다고.

 

 

주희 씨,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이라는 말과 함께 그가 내 맞은편에 앉았다. 잘 지냈냐는 인사를 하기도 전에 나는 내가 썼던 일기를 보여주며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찾았다는 말을 쏟아냈다. 그는 내 기록을 보고 대단하다고 하며 놀랐다. 나도 내가 놀라운데, 그럴 만도 하다. 이런저런 안부 인사를 하고 지난 다섯 달 동안 서로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나에게 문득 질문을 했다.

 

그러면 주희 씨는 다른 사람들이 주희 씨에게 어떤 말을 할 때, 어떤 행동을 할 때 좋아요? 아니면 반대로 주희 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할 때?”

 

어느 정도 나에 대해서는 이제 대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무슨 임무를 날리는 것도 아니고. 저 남자는 옛날처럼 여전히 NPC처럼 구네. ‘이주희의 행복 찾기 프로젝트의 달성 퀘스트인가, 그에게 이 생각을 말했더니 그도 웃음을 터트렸다.

 

어쨌든 이번 질문에는 정말 대답하기 어려웠다. 일단 다른 사람들과 많이 교류해야 그런 걸 알 텐데. 내가 교류하는 사람이라고는 이한겸, 이 남자밖에 없었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더니 문득 옆에 앉아있는 내 동료 윤다빈 씨가 보였다. 형식적인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였는데,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볼까. 웃으며 아침은 먹고 왔냐고 말을 걸었다. 평소 웃지도 않거니와 하루에 말을 몇 마디 나누지도 않다가 갑작스레 이렇게 말을 걸면 이상하기야 하겠다만, 슬쩍 보고 무시할 건 또 뭔가. 한겸 씨에게 적어도 말을 걸었을 때 무시당하는 건 좋진 않은 것 같네요....’ 하고 문자를 보내곤 다시 내 컴퓨터 앞을 돌아봤다.

 

그 뒤로도 윤다빈 씨는 내게 크게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인사를 하거나, 가끔 아침에 그녀의 것까지 커피를 한 잔 사 올 때 정도는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 조금 있었지만 그 외 시간은 대부분 각자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도 점차 마음이 식어갔다.

 

7

몇 주가 지나고, 다시 오랜만에 한겸 씨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한겸 씨에게 요즘 상황을 자꾸 하소연하게 됐다. 아니, 솔직히 너무하지 않은가. 내가 뭘 했다고 인사하는데 무시하고, 같이 마시려고 커피 사 온 사람을 슬쩍 쳐다보기만 하고. 한겸 씨 앞이라 괜히 입술이 더 부루퉁해졌다. 한 시간 내내 말했는데도 아직 마음이 풀리지가 않아 30분 정도는 내리 더 쏟아낸 것 같았다. 아마 힘들었을 텐데 계속 웃고 같이 서운해해 나도 마음이 많이 풀리긴 했다. 참 고마운 사람이지.

 

아무튼 그랬어요. 생각해보니 처음 이 일 하고서부터 제가 말 걸어본 건 처음이긴 하지만... 그분도 저한테 말 안 거시긴 했어요.”

혹시 주희 씨 집중하시느라 못 들으신 건 아니에요? 집중할 때는 딴소리 잘 못 들으시잖아요.”

 

, 혹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일 한 번 더 커피 사서 말 걸어봐야겠다. 내가 뭔가 깨달은 표정으로 가만히 있으니 한겸 씨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마지막으로 문제 하나 더 드릴까요? 당신의 행복 찾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질문이에요.”

 

내 행복 찾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질문.

 

이 세상에 어떤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주변이,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의 주변이, 어떤 사람들로 가득 찼으면 좋겠어요?

 

“......”

 

이 대답은 당신이 사서일 때만 이룰 수 있는 게 아닐걸요. 공무원일 때도, 의사일 때도. 어떤 직업을 가졌든, 언제든 이룰 수 있어요.”

 

한겸은 언젠가 그녀가, 그리고 우리가 이 질문에 꼭 대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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